양산 통도사 인근 산문갤러리서 불교예술 소장전, 5월 18일까지

한국 불교의 깊은 수행 정신과 예술혼이 깃든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 인근 산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소장전은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수행이 고스란히 담긴 예술 여정이다. 전시는 오는 5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이 전시는 불교 서화 수집가이자 월사갤러리 대표인 윤명순 씨가 수십 년간 모아온 소장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리다. 유치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다도와 선(禪)의 세계에 이끌린 윤 대표는, 불교 수행자들과의 인연 속에서 귀한 작품들을 하나둘 수집해왔다.
“혼자 보기엔 아까운 작품들… 이제는 함께 나눌 때”
윤 대표는 “예절이 결국 마음공부라는 걸 깨달은 순간, 제 삶도 달라졌다”며 “이제는 그동안 간직해온 불심의 흔적들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고승들의 서화, 그 자체가 수행이자 예술
이번 전시에는 월하, 성파, 석정, 수안, 동원 스님 등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고승들의 글씨와 그림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월하 스님의 10폭 병풍 2점은 윤 대표가 가장 애정 어린 마음으로 보관해온 작품이다. “무진장(無盡藏)”이라는 글귀에는 자비와 지혜, 깨달음이 끝없이 흐르는 경지가 담겨 있으며, 글씨 한 획마다 불심의 기운이 느껴진다.
성파 스님의 서화 작품은 “무령재복 하번타아자자유(無令才服 下翻佗阿自異由)”라는 문구를 담고 있다. 이는 ‘재능에 얽매이지 말고, 타인의 틀을 뒤집어 나만의 자유를 찾으라’는 선의 가르침을 담은 글귀로, 단단하고도 자유로운 획 속에 스님의 깊은 정신 세계가 녹아 있다.
석정 스님은 한국 전통 불화의 거장이자 ‘불화장’ 인간문화재로, 참선·경전·그림을 삶의 세 기둥으로 삼은 ‘삼락자’였다. 그의 선화는 단출한 묘사 속에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불심과 정중동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말 없이도 모든 걸 전하는 화폭”이라는 평가처럼, 그의 그림은 수행자의 내면을 투영하는 마음의 거울로 다가온다.
수안 스님의 ‘온 세상 품에 안고’라는 작품은 자유롭고 유쾌한 붓놀림 속에 선적 메시지를 담아낸다. 두 팔을 벌린 듯한 새의 형상과 “온 세상 품에 안고”라는 문구는 세상을 가슴으로 품는 자비와 희망을 상징한다. 수안 스님 특유의 유머와 철학이 조화된 이 그림은, 보는 이에게 따뜻한 미소와 함께 내면의 울림을 전한다.
동원 스님의 서화 역시 전시에 함께하고 있으며, 모든 작품들에는 “수행 그 자체가 예술”이라는 깊은 철학이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다.

무형문화재 도자기, ‘한 점도 다시 없는’ 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서화뿐 아니라, 윤 대표가 오랜 세월 수집해온 국가무형문화재 도자기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연파 신현철 도예가의 작품은 전통 도자기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독창적인 미감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잎다기, 흑유 다관 등은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하나의 정신적 표현으로 다가온다.
윤 대표는 “다시 구할 수 없는 작품들, 다시 만들 수 없는 정신이 담겨 있는 도자기”라며, “이왕이면 불심 가득한 가정이나 뜻이 통하는 분들과 인연 맺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 작품은 예술품이기도 하지만, 수행의 기록이기도 해요. 벽에 걸리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새겨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작품 일부는 판매 또는 기증 협의도 가능하며, 관람은 무료다. 전시와 작품 관련 문의는 010-4277-1550으로 할 수 있다. 한 점의 그림, 한 점의 도자기에서 시작되는 마음공부.
이 봄, 불심과 예술이 머무는 공간에서 마음의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